누군가 직접적으로 추천해준 작품은 아니지만 매체에서 명작에 대해 얘기할 때 이따금씩 들은 기억이 있는 작품이라 보게 되었다.
잔잔한 영화였다. 누군가로부터 이어지지 못한 첫사랑 혹은 이어지지 못한 마지막 사랑 이야기를 그냥 야심한 밤 맥주 한 캔 하면서 들은 기분이었다.
한석규 배우가 연기한 작품들 중에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거기서 센 이미지의 형사 역을 맡았는데 나에게는 그 모습이 뇌리에 남아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맡은 '정원'의 역에 감정을 이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워낙 온도 차이가 많이 나는 역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면서 정원이라는 캐릭터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리고 '다림'역을 맡은 심은하 배우. 심은하 배우가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처음 보았다. 이 작품을 보니 왜 뭇남성들이 심은하에 빠진지 알겠더라. 다림을 보면서 각자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루지 못한 사랑의 대상들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정원은 사진관을 운영하고 살 날이 남지않았다. 손님으로 온 주차요원 다림과 점차 친해지게 되고 그들 사이에는 긴장감과 호감이 흐르게 된다. 결국 그들은 이어지지 못하고 정원은 세상을 떠난다.
이러한 과정에서 절절한 사랑고백도 정원의 크나큰 흐느낌도 다림의 애절한 고백도 없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사랑으로 가득 피었고 눈물이 맺힐 정도로 슬펐다. 특히 정원이 건강 이상으로 쓰러지고 다림이 파견가게 되면서 다림이 사진관에 편지를 남기고 정원이 퇴원을 하여 그 편지를 보고 다림을 찾아다닌다. 다림을 보게 되지만 아는 체하지 않고 세상을 떠난다. 다림은 훗날 정원의 사진관에 자신의 사진이 걸려있는 것을 확인하다.
이 장면들이 한 마디의 대화도 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의 소리가 다 들린다.
그만큼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마주하게 되는 감정을 다룬다. 과거의 사랑을 추억하게 현재의 사랑에 더욱 집중하게 미래의 사랑을 기대하게도 만드는 영화였다.
사랑말고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는 영화다. 정원의 자신의 죽음을 알고 있기에 친구와 술을 진탕 마시기도 하고 친구들과 사진으로 마지막 추억을 남긴다. 자신의 영정사진도 스스로 찍는다. 아버지를 위해 TV 다루는 법 그리고 사진관 장비들을 다루는 법들도 메모로 남긴다. 나도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텐데 정원의 그러한 모습을 보니 적어도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죽음을 맞이했으면 싶더라. 하지만 그게 뜻대로 되진 않는다. 그래서 평소에 하루하루 후회할 것을 남기지 말아야겠더라.
제목에 관한 이야기도 안할 수가 없다. 솔직히 '아 이래서 8월의 크리스마스이구나!'라고 명확하게 알진 못하겠다. 그래도 그냥 혼자 생각을 해보자면 정원에게 다림은 크리스마스가 아니었을까. 일단 8월은 정원과 다림이 만나고 감정을 쌓아가는 작품 속 시간적 배경이 아주아주 무더운 8월이다.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설렘, 가족, 사랑. 말 그대로 크리스마스에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니 말이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는 시기적으로 연말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고 그것이 정원에게는 인생의 마무리 시점이기에 어울리는 것 같다. 8월 정원의 인생 마지막 시점에 찾아온 설렘과 사랑. 그 존재가 다림이고 크리스마스였던 것이다.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정보
감독 : 허진호
장르 : 드라마, 멜로/로맨스
개봉 : 1998.01.24
러닝타임 : 9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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